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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코딩은 대중 취미가 되기 어렵다

2026-08-15 · 에세이 · kil9

AI 없이 코딩하는 일은 오래 남겠지만, 수공예나 스피드런처럼 대규모 공개 장르가 되지는 못할 것 같다. 손코딩에는 당사자만 아는 즐거움이 분명히 있지만, 그것을 남에게 증명하고 보여주는 순간 구조적인 약점이 드러난다.

손코딩의 즐거움은 분명히 남는다#

문제를 오래 붙잡고 스스로 구조를 발견하는 재미, 머릿속 생각을 코드로 정확히 옮기는 숙련감, 시행착오까지 포함해 결과물 전체가 내가 만든 것이라는 감각은 AI가 대신 코드를 써 줄수록 오히려 더 선명해질 수 있다. Stockfish가 인간보다 체스를 잘 둔다고 해서 사람이 직접 수를 고민하는 일이 무의미해지지는 않는다. 취미는 애초에 생산성으로 정당화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개인적인 수행으로서의 손코딩은 충분히 살아남을 것이다. AI를 끄고 작은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알고리즘을 직접 풀거나, 저수준 코드를 한 줄씩 이해하는 일에는 필름 카메라나 만년필과 비슷한 만족이 있다. 다만 여기서 개인적인 즐거움과 공개적인 장르는 구분해야 한다.

공개 장르에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

수공예나 스피드런이 큰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제한을 지켰다는 선언만으로 성립해서가 아니다. 규칙 준수를 어느 정도 검증할 수 있고, 제약이 결과물에 차이를 남기며, 그 과정 자체가 볼거리라는 세 조건이 함께 있다. 손코딩은 세 부분 모두 약하다.

조건수공예스피드런손코딩
규칙 검증재료와 공정의 흔적이 남는다전체 영상과 게임 로그가 남는다화면 밖 AI 사용을 배제하기 어렵다
결과 차별성수제품 특유의 형태와 질감이 있다기록이라는 명확한 숫자가 있다코드와 실행 결과만으로는 구분되지 않는다
관전 재미제작 과정과 완성품이 모두 볼거리다묘기와 기록 경쟁이 즉시 보인다읽기, 생각, 디버깅이 대부분이다

규칙 정의부터 난감하다. 자동완성은 허용하는가, 검색과 Stack Overflow는 괜찮은가, 컴파일러의 수정 제안은 어디까지 도구인가, AI가 만든 라이브러리를 가져다 써도 되는가, 코드는 받지 않고 개념만 물으면 손코딩인가. 현실적인 규칙은 결국 “작성 과정에서 생성형 AI의 답이나 코드를 사용하지 않는다” 정도가 되겠지만, 그 규칙조차 결과물만 보고 확인할 방법은 거의 없다.

도자기보다 온라인 체스에 가깝다#

손코딩은 도자기보다 내추럴 보디빌딩이나 온라인 체스에 가깝다. 금지된 보조 수단을 쓰는 일이 너무 쉽고, 사용 여부를 완벽히 증명하기는 어려우며, 보조 수단을 쓴 쪽이 더 좋은 성과를 내기 쉽다. AI 코딩으로 전환하는 비용은 ChatGPT 탭 하나를 여는 정도다. 막힌 함수 하나만 물어보려다가 설계와 구현까지 넘어가는 경계도 아주 얇다(나부터 그 유혹을 장담할 수 없다).

화면을 전부 녹화해도 해결되지 않는다. 시작 전에 AI로 설계를 받아 외울 수 있고, 다른 기기를 쓸 수 있으며, 미리 만든 코드 조각을 가져올 수도 있다. 인터넷이 끊긴 장소에서 처음 보는 문제를 주고 전체 입력 로그와 구두 리뷰까지 요구하면 검증은 가능해진다. 대신 그 순간 손코딩은 편안한 취미가 아니라 경쟁 프로그래밍이나 기술 면접이 된다.

좋은 결과가 나올수록 의심이 커지는 것도 문제다. 대단한 프로그램이 등장하면 “정말 혼자 작성했나”라는 질문이 따라붙는다. 도자기는 작품 자체가 장인의 손을 어느 정도 증명하지만 소프트웨어는 제작 과정을 증명하지 못한다. 대단한 프로그래머는 계속 나오겠지만, 그 대단함이 “손코딩”이라는 권위로 축적되기는 어렵다.

관객이 보는 것은 다른 목표다#

프로그래밍은 당사자에게는 강한 지적 즐거움이지만 대체로 좋은 구경거리가 아니다. 오래 화면을 바라보고, 문서를 읽고, 몇 줄 썼다가 지우고, 평범해 보이는 코드로 끝나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좋은 추상화나 영리한 디버깅은 배경지식이 없으면 감탄할 지점조차 찾기 어렵다. 스피드런은 게임을 몰라도 10초가 줄었다는 사실이 보이지만, 더 나은 함수 경계에는 전광판에 띄울 숫자가 없다.

코드 골프, 데모씬, 라이브 코딩 음악, 경쟁 프로그래밍이 공개 문화로 성립하는 이유도 손코딩 때문이 아니다. 짧은 코드, 시청각 결과물, 점수, 속도처럼 관객이 이해할 수 있는 별도의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AI 금지는 그 장르의 보조 규칙이 될 수는 있어도 중심적인 재미가 되기 어렵다.

남는 것은 공인 종목이 아니라 개인의 수련이다#

결국 손코딩은 AI를 끈 개인 프로젝트, 기초 학습 모임, 일정 기간의 챌린지처럼 작은 수행 문화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대규모 시장이나 리그보다 자신과의 약속에 가깝고, 사회적 명성도 크지 않을 것이다. 대신 그 정도면 취미로서는 충분하다.

AI 시대의 손코딩에서 중요한 것은 남에게 순수를 증명하는 일이 아니라, 어느 순간 AI를 호출했는지 자기 자신에게 정직하게 아는 일일지도 모른다. 공인된 “최고의 손코더”는 나오기 어렵겠지만,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직접 생각하는 재미는 조용히 오래갈 것이다.

작성 메모: GPT와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논지를 재구성했다.